다음 내용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산업화학연구실 김진헌 실장님의 “위험성평가, 누가 언제 하는가?”의 제목으로 KOSHA 보고서에 수록한 내용으로 평소 산업현장에 당부하는 공감하는 주제로서 공유하고자 한다.
위험성평가 주체 및 실시시기 등
위험성평가 제도 배경
유럽에서 법제화된 위험성평가 제도는 기존에 이루어지던 안전보건관리에 비해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개념, 접근방식이 아니다. 유해·위험요인(Hazard)을 찾고 관련 위험성(Risk)을 없애거나 낮추기 위해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관리하는 등 해결에 요구되던 개별적 접근방식을 일반화시키고 종합하여 기본적 개념을 재구성하고 절차를 잘 정리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던 여러 섀도 있었지만, 새롭게 정리된 위험성평가 제도를 1989년 유럽연합 회원국의 기본적인 산업안전보건 정책으로 채택하였고, 이후 각 회원국들은 EU지침에 부합하도록 자국의 산업안전보건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감독만으로 다양한 재해유형에 대처하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9년 위험성평가 제도를 도입해, 2010~2012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이후 2013년부터 본격 시행하였다.
위험성평가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위험성평가의 실시)는 2014년 3월 13일 시행된 법률 제11882호(2013년 6월 12일)에서 제41조의2(위험성평가)>로 처음 신설되었던 조문인데, 이 조문이 2020년 1월 16일 시행된 법률 제16272호(2019년 1월 15일)로 개정되었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 스스로 산업안전보건관리의 중심이 돼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수행하는 것인데, 글로벌 차원에서도 사업주에게 이행을 요구하는 개념이자 중요한 안전보건관리절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고 사망자수의 많은 발생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위험성평가의 실시율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위험성평가는 누가 해야 하는가?
사업장에 따라 각 단위 현장부서에서 수행한 위험성평가를 안전보건부서(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등)에서 취합하기도 하고, 현장부서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이행되지 않으면 안전보건부서가 직접 형식적인 위험성평가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보건부서에서 직접 수행하는 위험성평가는 잘못된 위험성평가다. 물론 안전부서 직원들도 자신들의 업무활동과 관련된 위험성평가는 수행하겠지만, 관리감독자들이 있는 다른 부서 업무영역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대신하는 행위는 버려야 할 나쁜 위험성평가의 사례이다. 안전보건부서는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업무에서 사업주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 조언하는 일종의 참모조직이다.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고유의 업무영역에 관련된 산업안전은 그 해당 조직이 스스로 담당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실질적·실무적 이행 주체는 각 단위 업무를 수행하는 그 조직의 구성원 모두이다. 그 중심에 관리감독자가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구성원은 해당 단위 업무의 작업자들이므로 위험이 파악돼야 하는 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유해·위험요인의 파악에서부터 잘 반영돼야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가 이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조직의 참여 및 구성원의 역할
위험성평가는 산업현장 안전보건관리의 기본 개념이자 실친 도구이다. 현재 안전보건관리의 중심에 위험성평가가 있다. 법령과 제도의 취지상 위험성평가의 이행 주체는 사업주이다. 이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동일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개선하는 대책을 수립할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여하였다. 그 의무는 보통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중대산업재해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생산·제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의 설계·제조·관리상 결함으로부터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조치의 이행을 의무로 부여하였다. 따라서, 법이 부여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업무로 인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위험성의 크기를 평가하며, 법 또는 명령에 따른 조지를 하고, 이 과정에 근로자의 참여조치, 기록과 보존 등을 실시할 위험성평가의 이행 주체는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고 그 의무는 보통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차를 통해 실현된다.
산업현장에서 산업안전은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여전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분명히 실질적인 안전업무는 관리감독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안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관리감독자들이 안전관리자 등의 전문성에 기댄 협조를 얻기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해야 하는데, 도리어 마음만 급한 안전관리자 등이 관리감독자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부탁을 하러 뛰어다니는 것이 아직까지 상당수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안전은 전체 조직 중 어느 한 부서(특히 안전보건부서)의 업무가 아니다. 안전은 모든 조직의 근본 업무이고 모든 구성원의 기본 업무이다. 사업장의 업무가 이루어지는 각 단위 조직별로 소속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유의 안전업무는 이미 그 고유 기능에 내포돼 있다. 그 담당자가 그 단계에서 정작 할 일을 소홀히 하면 다음 공정 단계에서 누군가의 생명과 건강을 해칠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품질을 구현하지 못하면 고객사로부터 클레임이 걸린다거나. 홈페이지에서 민원이 제기된다며 품질 확보에는 신경을 쓴다. 가동률을 맞추지 못하면 회사 수익에 직결돼, 간부회의에서 질책받는다고 가동률에는 신경 쓴다.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손실이 바로 발생하고 다음 일거리도 영향을 받는다는 중압감에 납기 준수는 철칙으로 모두 이해한다. 하지만, 정작 소속 구성원들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안전에는 관심이 크게 낮아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안전은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일부만의 일이라는 인식이 여전하고, 이러한 결과 산업재해는 빠르게 감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법적으로 명확한 사항이지만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는 사업장에서 직접 현장에 대해 안전보건조치를 담당하거나 이행하는 주체가 아니다. 현장의 안전보건조치를 직접 담당하고 이행하여야 할 주체는 사업주, 경영책임자, 관리감독자이다. 안전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는 안전 또는 보건에 관한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법이 부여한 기능이다.
위험성평가는 언제 해야 하는가?
위험성평가는 기계·설비, 작업내용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계획단계에서 문제점을 걸러 설계단계에 반영하고, 설계단계에서 걸러진 문제점은 제작단계에 반영된다. 제작단계에서 걸러진 문제점은 설치·시운전단계에 반영된다. 설치·시운전단계에서 걸러진 문제점은 생산단계에 반영된다. 이런 식으로 각각의 선행단계에서 파악되고 개선된 문제점은 모두 모아져 유지보수단계에 반영된다. 선행단계에서 잘 된 위험성평가는 오랜 기간 이루어질 유지보수단계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을 줄인다. 건설현장의 경우 설계단계 다음에 시공단계가 들어간다. 제대로 이루어진 문제점 해결과정은 곧 위험성평가의 과정이고 기계·설비와 작업내용의 전체순환주기(또는 건축물 생애)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제대로 감소시키게 되면 결국 사고사망 등 산업재해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선행하는 공정단계에서 미리 이루어질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않거나 이런저런 사유로 놓친 문제점들은 이후에 생산(시공)단계, 유지보수단계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개선조치를 하게 되는데 개선 효과가 의외로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이미 제작·설치·결정(설계)된 기계설비, 공법, 작업내용의 개선 또는 변경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행하는 공정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위험성평가는 경험 있고 전문성 높은 구성원들을 더욱 필요로 한다. 이 구성원들의 제대로 된 경험과 기술이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단계
건설현장의 안전업무는 시공단계를 중심으로, 제조현장의 안전업무는 생산단계를 중심으로 거의 대부분 이루어진다. 투입되는 자원도 많고 근로자수도 대부분을 차지하며 작업 기간도 이 단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안전은 시공과 생산만의 문제일수는 없다. 시공과 생산 이전의 단계(경영진의 계획 및 검토 설계, 발주, 유동, 운송, 구매, 검사, 설치, 시운전 등)와 그 이후의 단계(감리, 유지보수, 사후관리 등)도 안전보건관리에 있어 피할 수 없는 한부분이고 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 결함을 포함한 설계, 결함과 함께 제작된 기계설비가 현장에 납품되면 늘 기민하고 심신의 상태가 평화롭고 지혜로운 근로자들이 운용하지 않는 그때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시쳇말로 유능한 구성원들이 무능한 기계·설비를 커버(뒤를 봐준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건설에서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공법과 작업절차를 계획하고 설계에 반영하면 이는 분명 계획단계, 설계단계의 문제점이다. 시공에서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이미 결함 있는 설계로 인해 크게 높아진 위험성을 100% 안전하게 관리해 낼 수는 없다. 만약 이런 위험한 계획과 설계를 결정한 것이 경영진이라면 이는 경영진 정책결정단계의 문제점이다. 각 업무 추진단계마다 요구되고 그에 걸맞은 안전업무와 관련된 역할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담겨 있다.
현장작업의 시작이 되는 연구개발, 설비 및 제품의 계획 등의 단계에는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향후 안전보건 상 문제가 될 유해·위험요인은 설계 전에 대책을 마련함이 옳다. 설계단계에 반영되면 간단하게 해소될 문제점들이, 미리 검토되지 않고 그냥 진행되면 나중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숨겨지거나, 사용과정에 계속 골칫거리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의 위험성평가 기본 철학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은 원천적으로 시장 진입을 차단한다는 것이 있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계획단계, 설계단계와 같은 개발단계 초기에 안전 확보 차원에서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하는 항목들은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여 제거하거나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놓치게 되면 결국 이후에 사고로 나타나거나 대책에 더 큰 노력과 시간을 들이더라도 임시방편만 적용하는 어설픈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위험성평가의 서류작업
위험성평가와 관련된 서류작업은 산업현장에서 힘들어하고 귀찮아하는 대표적인 작업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 사업장의 서류작업은 어디쯤에 해당될 까 ?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위험성평가와 관련된 내용이 서류작업으로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된 위험성평가라는 것에 산업현장의 구성원들도 동의한다. 그런데 위험성평가의 실질적 이행이라는 측면에서는 실천이 핵심인데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 현장과 상관없이, 또는 있더라도 몇 명이 현장의 참여 없이 책상 위에서 서류작업으로만 위험성평가를 수행하는 것은 빨리 버려야 할 나쁜 유형이다.
결론
위험성평가는 사업주와 경영진을 포함한 사업장의 전체 구성원이 모두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안전업무는 사업장 구성원 모두에게 분장된 본연의 업무와 함께 또 다른 나의 일이라는 인식을 갖고 관심을 가지게 해야 한다. 이렇게 인식을 바꾸고 관심을 가지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사업주와 경영진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안전보건부서, 안전보건조직에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면, 그리고 그러한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구성원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면 산업안전으로 가는 추진력이 서서히 발휘될 것이다.
위험성평가는 선행하는 단계에서 빨리 잘 이루어져야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물론 계획단계나 설계단계에서 이행하는 것은 어렵지만, 경험 있고 전문성 높은 사업장의 전문가들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렵다면 아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일 것이다. 더불어 적기에 수준 높은 외부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제대로 결합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는 보장될 것이다. 문제점과 결함을 알고도 숨기거나 무시하면서 사전에 걸러낼 기회를 놓친다면 생산작업이 시작된 이후, 이미 건설시공이 이루어진 이후에 바로잡기 위해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은 막심할 것이다. 우리가 미리 챙기지 못해 중요한 일을 급하게 빨리 해치우는 나쁜 습관만 고친다면 결과는 좋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위험성평가와 관련하여 사업장에 요구되는 사항 외에 정부 및 외부 전문기관들의 감독점검. 기술지도 및 컨설팅 측면에서도 사업장 안전보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업장은 이미 대체로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시공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의 안전보건 상 부족한 점은 법령 또는 그 외 여러 기준(표준)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수준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시키는 데는 해당 사업장 사업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이해를 바탕으로 법령 등이 규정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대안)을 고민하여 제시할 수 있는 개인적 역량이 감독점검, 기술지도 및 컨설팅을 수행하는 직원들에게 요구된다. 수준 높은 역량 배양을 통해 같은 방문 목적을 가진 예방사업이라면 정부 및 외부 전문기관들 간에 동일한 동일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시그널을 사업장에 일관되게 제시해야 그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도움 되는 역할이 될 것이다.
안전을 잃으면 우리는 스스로를 급성으로 잃은 것이고, 보건을 잃으면 우리는 스스로를 만성으로 잃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안전보건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가 무시하면 우리 스스로는 더 이상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안전과 보건은 우리의 생명이고 건강이기 때문이다.
Reference : KOSHA OSHRI:VIEW Vol. 16 No, 4
'공정 및 화공안전 > 위험성평가 및 사고예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학물질 위험성평가 방법 (0) | 2022.12.16 |
---|---|
상압 저장탱크의 안전 (0) | 2022.12.11 |
제조업체 사망사고 12대 기인물 (0) | 2022.11.29 |
공정위험성평가 vs. 작업위험성평가 (0) | 2022.10.24 |
사전 작업허가제 (0) | 2022.10.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