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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산안법 등 법규

중대재해처벌법의 사회적 의미와 과제

by yale8000 2021. 6. 19.

지난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 편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법인 처벌의 벌금 하한형 및 공무원 처벌 조항 삭제 등 처벌완화를 비판하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기업의 부담의 증가, 의무대상별로 수행해야 할 안 전보건조치의 구체성 결여, 예방보다는 과도한 징벌에 집중한다는 이유 로 비판하기도 한다.

 

제목

 

 

중대재해처벌법의 사회적 의미와 과제

 

법률이 제안된 배경을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중대산업 재해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위험한 원료 및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사고가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동안전보건(산업보건)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입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보건상의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고,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기업의 안전보건 수준의 향상에 있어서 사업주의 의지와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은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는 교과서적인 지식이다.

또한 대부분의 생산과정에 원청업체 영향력이 지대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원청기업과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는 것이 실효적 예방대책의 핵심이라는 점은 현장에서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공통으로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현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며 「산업안전보건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일리가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 및 도급인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사망이 아닌 경우 5년, 5,000만 원)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5년 이내 재범의 경우에는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서 「산업안전보건법」 173조에서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167조의 처벌조항에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게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벌금형을, 그 개인에게는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인과 법인의 대표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에서 작동할 때 행정과 사법은 어떻게 관철되고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2018년 고용노동부가 발주하여 한국비교형사법학회에서 수행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 연구’에서는 그간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법에 대한 기소는 대부분 약식기소 82.91%이며, 구속 기소는 0.01%에 불과했다. 이는 법인에 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2017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범 중 전과가 없는 경우는 6.62%에 불과해 93% 이상의 재범을 보이고 있다.

2017년 1심에서 유기자유형을 받은 경우는 764건 중 자유형을 선고받은 것은 141건이며 이중 실제 유기 자유형을 받은 것은 4건으로 0.56%에 불과하며, 2017년 1심 형사공판사건에서 과실치사상은 85.1%의 집행유예율을 보이는 반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사안은 97.1%의 집행유예율을 보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나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불과한 벌금형이 내려지는 사법관행 속에 있었으며 그나마 원청 기업과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근로감독관들조차 재해가 발생한 현장에 적용해야 할 「산업안전보건법」과 규칙의 조항이 무엇인지조차 갈팡질팡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사회적 고민의 결과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

 

안전(Safety)을 그 사회의 통념과 가치라는 맥락 속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으로 위험(Risk)을 관리하는 것으로 개념화할진대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과 시민의 안전에 대한 인식수준은 최근 수년간 현저하게 높아지고 있다.

압축적인 산업화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잇따르던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재해를 오늘에 와서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기본적인 안전조치에 대한 미비로 인해서 발생하는 추락이나 협착으로 인한 산재사망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이 무책임한 기업의 이윤추구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참사에 대해서는 기존의 법제도를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인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 직후인 1월 11일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상당히 상향된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치사죄의 권고 형량 범위를 상향하여 사망재해에 대해 ‘징역 6월~1년 6월’ 형량범위를 ‘징역 1년~2년 6월’로 높였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와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특별가중처벌하여 최고형인 징역 7년(2년~7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다수범 경우에는 기존 ‘10월~7년 10월 15일’에서 ‘2년~10년 6월’로 상향하고 사망재해 재범(5년 내)에 대해서 3년에서 10년 6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신설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체적 적용 이전에 이미 사회적 효과를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여전히 해당 사업장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의 실효성 측면보다는, 중대재해의 상당부분이 발생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에 대한 가치절하라는 상징적 의미에서 그렇다. 이는 한편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중소규모 사업장은 법적 기준에 맞는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 원청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자임하고 나서기보다는 적용범위의 축소를 통해서 빠져나가고자 하는 적나라한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과제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중심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원·하청기업 각각에 걸맞은 적극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수준의 입법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보편성과 체계성이 부족하고 처벌 수준의 강도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은 법의 구성요건을 허술하게 규정하는 경우 실제로 소송에서는 막대한 자금으로 동원하는 변호사들의 꼼꼼한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이 무죄로 판결되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고,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입법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속과제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처벌의 기준이 되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제4조)’에 따른 조치사항인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와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의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는 법자체의 완결성뿐 아니라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묻고 확인하기 위한 준거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산업안전보건법」을 포함한 관계법령을 실질적 차원에서 정비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서 드러날 것이다.

산업구조 속에서 원청기업과 하청기업이 각각의 수준에서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안전보건상의 조치들에 대해서 면밀하게 검토하여 분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 담당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요구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일터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손상과 죽음을 ‘법’만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법이 있어도 그것을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개선을 이끌어낼 줄 아는 관료가 드물었으며, 중대재해의 원인을 제대로 조사할 전문인력이 부족했고, 있다 해도 원인의 원인이 되는 구조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다.

구조적 원인을 찾지 못한 재해조사결과는 기존의 기소관행에 익숙한 검사들에게 기업과 사업주들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만들고, 노동자들을 죽음에 이르는 위험에 처하게 만들어도 재판에서 내려지는 처벌은 기업에게 위험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노동자와 그들을 대표하는 조직들은 이번 입법을 계기로 노동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입법뿐 아니라 행정, 사법의 전과정을 면밀하게 살피고 문제를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감시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보건조치의 미비로 인해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야말로 ‘노사정’이 함께 해야 할 일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사회적 경험을 통해 기업과 노동자,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안전보건관리제도 구축을 위해 기업, 정부, 노동자, 시민사회, 전문가가 함께하는 그야말로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의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Reference :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정의 사회적 의미와 과제, 류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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