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기반검사(Risk Based Inspection, RBI)”란 설비의 고장발생 가능성과 사고 피해 크기의 곱에 의해 결정되는 위험도에 의해 검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법을 말한다.
설비의 안전진단을 위한 위험기반검사(RBI) 기술
RBI 도입 배경
복잡한 공정 및 장치로 구성되어 장치산업(Process Industry)이라고 불리는 석유화학, 정유 및 가스산업은 세계 각국에서 기간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산업 설비들은 대부분 고온(高溫), 고압(高壓)의 가혹한 환경에서 운전되고 있으며, 또한 공정물질이 화재나 폭발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 및 재산피해 뿐만 아니라 심각한 환경오염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압력용기, 배관 등의 장치시설들은 설치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노후화됨으로써, 보수(Repair), 대체(Replacement) 및 폐기(Decommissioning)되고 있으나, 경제적, 환경적 요인으로 이들의 보수 및 대체가 용이하지 않음을 고려하여 볼 때, 이로 인한 대형사고의 개연성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노후화된 장치들을 유지보존 상태, 경제성 및 안전성에 따라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시기에 검사하고 보수해야될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에 걸맞는 보다 선진화된 안전관리기법의 개발보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적합한 기법이 RBI(Risk Based Inspection: 위험기반검사)이며, 미국 석유협회(API)를 중심으로 장기간에 걸쳐 개발된 새로운 설비관리 기술로서 검사(inspection) 및 유지, 보수와 관련하여 설비의 위험정도를 정성적이고 정량적인 분석을 통해 평가․관리하는 기법은 최근 미국, 유럽등 선진각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보급되고 있다.
위험기반 검사(RBI, Risk Based Inspection)
압력용기, 배관 등 장치시설을 검사하는데는 2가지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장치시설을 전혀 검사하지 않고 손상 될 때까지 가동하다가 손상이 되면 교체하는 방법이고, 그 다른 하나는 검사를 자주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자세히 시행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가 현 기업 상황하에서는 안전도와 경제적인 문제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석유화학 공업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장치류의 다양한 형태의 부식이나 재료의 취약화로 인한 손상의 가능성으로부터 대형사고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공장 내에 어떤 장치가 가장 위험 가능성이 높은가? 어떻게 최소한 검사 경비로 적절한 검사 기법들을 유용하게 사용하여 부식 부위를 발견할 뿐 아니라 손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
전체 장치시설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상대적으로 큰 위험도를 안고 있는 장치류는 전체장치 중에서 불과 20%이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경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가의 검사기관이나, 각종 코드 및 표준등에서는 전 장치류에 일률적으로 일정주기에 따라 검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위험기반검사(RBI) 란 간단히 말하면, 장치산업 설비에 따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각 위험요소를 파손 모드(Failure Mode)별로 구분하고, 설비제작에 사용된 재료, 사고 발생위치, 사고 발생 인자 등 파손 메카니즘에 관련된 자료 및 위험(risk)에 따라 검사의 주기, 방법 등을 위험 정도가 높은 설비에 초점을 맞추어 유지, 보수관리 함으로써 최소의 비용으로 설비의 안전을 확보하고 가동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과학적인 기법이다.
따라서 RBI기법을 이용하면, 위험도가 적은 장치류들은 검사 주기를 연장하여 검사경비를 줄이고, 위험도가 큰 장치류에는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여, 검사 주기를 줄이거나 검사장비 및 검사 수준을 높여서 사고발생확률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손상 메커니즘(Failure Mechanism)들을 예측하여 그에 적절한 검사나 예방책을 미리 취함으로 안전도를 향상시킨다.
즉, RBI기법은 장치류에 대해, 언제 어느 부위에 무엇을 검사해야 이 장치들의 위험도를 최소화 할 수 있는가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기법으로서, 장치의 사고발생 확률(LOF, likelihood of failure)과 사고발생 정도(COF, consequence of failure)를 체계적으로 종합하고, 장치의 전반적인 위험도를 정량적 혹은 정성적으로 분석하여 검사 및 교체시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의사 결정과정에서 부식, 검사, 공정 분야의 정보들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RBI는 압력 용기 및 장치의 위험부위를 미리 파악하여 관리하는 기법인 것이다.
따라서, 이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시설의 신뢰도, 안전도 및 가용도(Availability)를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검사주기 및 검사방법도 재검토하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검사를 수행할 수 있으며 검사주기의 연장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위험기반검사(RBI)는 미국석유협회(API) API RP 580[Risk-Based Inspection]에서 권고하는 개념으로 다음과 같은 규격을 보완하고 있으며, 또한 이들 규격들은 위험기반검사에 기초하여 검사계획(Inspection Plan)을 결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API STD 510 : Pressure Vessel Inspection
▶ API STD 570 : Piping Inspection Code
▶ API STD 650 : Welded Steel Tank for Oil Storage
위험기반검사(RBI)는 확률론적인 방법에 기초를 두고 있다. 즉, 위험(Risk)은 특정시간 동안 발생하는 사고발생 확률(LOF)과 사람, 재산 및 환경에 미치는 피해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사고발생 결과(COF)로 나누며,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따라서 위험(risk)은 인명의 손실, 설비의 파괴, 환경오염 등 사회․경제적인 위험까지 포함하고 있다.
위험수준(risk level)을 체계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사고발생 빈도가 높고, 피해정도가 작은 위험설비보다 발생빈도는 낮지만 피해정도가 심각한 위험설비에 중점을 두어 소수의 고위험 설비(전체 설비의 10 ~ 15%)를 집중 관리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림 1> Risk Matrix
위험관리(Risk Management) 방법
최적의 조건으로 검사 주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주기적으로 설비의 신뢰도를 점검하기 위해 초기에는 단순히 시간에 기초하여(time-base) 검사를 수행하였다. 검사에 의한 접근이 발전되고 파손모드나 파손율이 규명됨에 따라서 검사주기는 단지 시간에 의하기보다는 각 설비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게 되었다.
위험기반검사는 최적의 검사 주기와 검사방법을 제시하여 검사의 최종목적이 설비의 안전과 신뢰성 향상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위한 것이다.
위험관리는 운전시간이 지나갈수록 어떤 파손에 대한 잠재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지만, 허용 위험수준을 수립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되면 파손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설비 운전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림 2> 위험관리 시스템
한편, 검사주기가 너무 짧으면(그림 3 참조), 허용 위험수준 이하에서 위험관리가 수행되어 과도한 유지보수가 이루어지게 되며, 필요 이상의 설비관리를 수행하여 인적․물적 자원이 낭비될 수 있다. 또한 검사주기를 너무 길게 수립하여 위험관리를 수행하면(그림 4 참조), 허용 위험수준을 초과한 상태에서 설비가 관리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에는 설비가 파손되어 막대한 손해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3> 검사주기가 짧을 경우 | <그림 4> 검사주기가 길 경우 |
위험기반검사의 수행절차
위험기반검사에 의한 설비검사 절차는 진단대상 설비의 정의, 정성적인 위험성 평가, 정량적인 위험 평가 및 검사 계획 수립의 4단계로 나눌 수 있다(그림 5 참조).
각 단계별에서의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는, 검사의 대상이 되는 설비 및 설비의 구성장치들을 정의하는 단계로서 위험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여야 한다. 특히, 파손모드나 설비의 신뢰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 등에 대한 자료 수집이 요구된다.
두 번째 단계는, 각 장치의 위험 등급을 정하여 분류함으로써 정성적인 방법 또는 정량적인 방법으로 위험을 평가하는 단계이다. 일반사항(설계, 시공 및 사용 이력 등), 안전과 관련된 사항(유지보수 이력, 사고 발생 이력 등) 및 진단과 관련된 사항(과거 진단시기, 적용된 검사기법 등)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설비의 사용중 상태(압력, 온도 등)를 검토할 수 있으면, 잠재 위험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위험기반검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효과적으로 통합하여 위험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검사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검사주기, 검사절차 및 검사방법 등을 정의하여 몇 가지 잠정적인 검사계획을 수립하고, 이 가운데 신뢰도가 높은 검사계획을 선정하여 검사를 수행한다. 또한 설비의 보수 혹은 교체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위 세 번째 단계인 정량적 위험평가 에 이들 검사결과를 반영하여 위험을 재평가한다.
<그림 5> 위험기반검사 수행절차
따라서 위험기반검사를 수행함으로써 설비의 사용조건 및 상태에 따라서 적절한 위험관리를 수행할 수 있고,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전하고, 과도한 검사를 지양하여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맺음말
본 글에서는 전통적인 결정론적 방법에 의한 장치산업 설비의 진단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과도한 보수성을 줄임으로서 설비의 수명연장 및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위험기반검사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즉, 위험기반검사는 설비의 구성장치별로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후 위험도가 높은 장치에 대해서 우선 순위로 검사관리 업무를 수행함으로서 위험도가 높은 소수의 장치에 대해 최적의 방법으로 인적, 물적 자원의 집중적인 투입이 가능한 과학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위험기반검사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설비의 기계적 신뢰성을 높여 예상치 않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며, 가동율을 향상시켜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장치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 :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진단처 김태경 처장(가스신문 기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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